글쓰기는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집중력을 기울이고 그것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 가는 방편이다. 관찰은 그저 쳐다보는 것이 아니다. 관찰은 애정을 갖고, 집중해서, 사려 깊게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이더라도 제대로 관찰한다면 충분히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문제점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거기에 새로운 질서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식을 갖고 겉으로 드러난 것 뒤의 본질을 간파하려는 의지를 갖추라. 무엇을 위해 그래야 하는지 명확한 목적성을 갖고 사물을 볼 때 예리한 관찰을 할 수 있다.
의심하라
학술에세이를 쓸 때 의심해야 할 대상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경험을 의심하라. 개인의 경험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삶의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착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잘못된 판단이나 불공평한 주장을 하게 할 수도 있다. 둘째, 언어를 의심하라. 언어는 대리석처럼 고정되지 않고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하나의 대상을 어떤 언어로 표현하는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판단과 인식,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셋째, 논리를 의심하라.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된 논거들이 사실인지, 결론과 타당하게 연결되는지, 왜곡하거나 감추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분노하라
부당한 세계를 향해 분노하라. 분노하지 않는 이유는 현실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무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력은 금물이다. 분노는 비폭력을 전제로 현실의 절망을 넘어 미래와 희망을 제시하는 방편이다.
약자의 편을 들라
기존 질서는 강자가 만든 것이다.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를 던지려면 약자의 목소리를 가지려고 해야 한다. 여성의 눈, 피억압자의 눈, 이방인의 눈, 성소수자의 눈, 비정규직의 눈, 가난한 자의 눈, 장애인의 눈, 노동자의 눈, 피해자의 눈, 농부의 눈, 자연의 눈으로 세상을 볼 때 세계의 질서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 약자의 눈을 끊임없이 견지하는 것이 세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을 만들라
비판적 시각은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것으로 귀결된다. 지식인의 의무는 새로운 단어(word, concept)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지식에 균열을 만들고 기존 이론의 허점을 부각하여 새로운 지식체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새로운 개념화로 현상에 대한 효과적인 이해를 돕고 인상적인 설명을 할 수 있다. 한편 어떤 단어의 의미에 대해 해석을 바꾸고 싶다면, 부정을 통해 대상을 정의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부정적 정의는 기존의 정의가 무엇인가를 결여하고 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이다.
학술에세이 쓰기의 최소원칙
5단락으로 구조화하라
학술에세이의 기본 구조는 ‘서론-본론-결론’의 3단 구성이다. 5단락 글쓰기는 모든 글을 반드시 5단락으로 집필하라는 절대 명제가 아니다. 서론 한 단락에 이어 본론을 세 단락 정도로 배치하여 구체적으로 전개해야 비로소 글의 타당성과 신뢰도를 재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결론에서는 서론에서 제기한 주제의식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주제를 초점화하라
주제를 좁힌다는 것은 주제를 위한 연구 대상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주제를 좁히고 대상을 초점화하여 논의의 폭을 제한할수록 심도 깊은 의견 개진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짧은 글에서 다루는 대상의 범위가 넓을 경우, 대상에 대한 개략적인 서술에 그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개략적 서술로는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기도 어렵고, 의미 있는 논의를 이끌 수도 없다. 학술에세이는 주제의 초점화가 관건인 셈이다.
제목과 소제목으로 글의 방향을 특정하라
제목만 보아도 글의 내용 전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제목이 좋은 제목이다. 또한 하나의 글은 적어도 세 부분 이상으로 내용 단락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각각의 내용 단락에 적절한 소제목을 붙일 수 있어야 한다. 그 소제목을 통해서, 글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핵심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를 드러낼 수 있다. 제목은 비유적 제목과 사실적 제목으로 나눌 수 있다. ‘학술’에 가깝다면 사실적 제목으로, ‘에세이’에 가깝다면 비유적 제목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단어와 문장을 정확하게 쓰라
단어와 문장 사용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 용어(개념)의 정의를 분명하게 하고, 일관성 있게 사용해야 한다. 막연하고 감정적인 표현을 삼가고, 사실에 근거한 단어와 서술어를 사용해야 한다. ‘~인 것으로 보인다’, ‘~라고 생각한다’는 식의 문장을 남발하지 않도록 한다. 문장을 너무 길게 구사하지 않도록 한다.
요약과 논평으로 한 편의 글을 완성하라
학술에세이는 요약과 논평을 통해 글쓰기를 훈련하면서 자신의 에세이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특정 주제에 대해 이미 연구한 논자들의 의견을 참고해서 쓰게 된다. 이 때 단순히 인용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참고하고 인용하는 글에 대해, 전체 주제를 파악하여 요약할 수 있어야 하고, 인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기 나름의 평가를 덧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