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문은 한 문장으로
발상법을 활용해 새로운 생각을 얻거나 기존 자료를 활용하여 주제에 대한 지식을 확장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생각과 자료들을 서로 연관된 것끼리 엮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글의 중심 주제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주제가 복잡하면 할수록 실제로 글을 써 나가다 보면 처음에 설정한 중심 주제가 다른 것으로 변경될 가능성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 글쓰기 과정에서 수없이 부딪히게 되는 일종의 통과의례이다.
대부분의 글에서 중심 주제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문장은 글 전체가 다룰 내용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일반적인 진술이다. 이 일반적 진술은 글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구체적 사실들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 독자에게 제시하는 약속과도 같다. 이런 일반적 진술은 대개 글의 첫머리(서론)에서 제시되는 것이 원칙이며, 이 경우 이 진술을 ‘주제문’이라고도 한다. 다음은 좋은 주제문의 예이다.
흔히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사람들의 미움을 받아 온 박쥐는 사실 무해하며 오히려 농사에 큰 도움을 주는 이로운 동물이다.
영국의 수상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유능한 정치가이자 전략가로 널리 알려진 윈스턴 처칠은 노벨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저술가이기도 하다.
주제문은 대개 관련 영역의 경계를 명확히 정하는 핵심어 혹은 중심 주제를 담고 있어야 한다. 위의 두 문장은 각각 ‘박쥐의 이로움’과 ‘처칠의 문학적 재능’으로 논의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짓고 있다. 박쥐를 주제로 하는 글의 주제는 광범하고 다양할 것이다. 박쥐의 비행 능력에서부터 초음파의 사용, 야행성의 습성, 번식, 섭생 등이 모두 글의 주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글이건 길이와 논의의 폭에 제한이 있으므로 이 모든 분야를 모두 다루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특정한 분야와 관련된 사실로 주제를 제한해야 박쥐에 대한 효과적인 글을 쓸 수 있으며, 그러한 이유에서 논의의 폭을 제한하는 초점이 뚜렷한 주제문이 필요한 것이다.
주제문이 갖추어야 할 두 가지 요건이 있다. 첫째, 개별 사실이 아닌 일반적인 진술이어야 한다. 둘째, 일반적이되 어느 정도는 제한적이어야 한다. 이 두 조건을 만족시킬 때 주제문은 모호하지 않고 또렷한 초점을 갖게 된다.
주제문은 일반적 진술이어야 한다. 주제문은 앞으로 본론에서 제시될 개별 사실들이 주제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될 것인가를 미리 알려 주는 역할을 하므로 그 자체가 개별 사실이어서는 안 된다. 글의 첫머리에 제시되는 주제문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진술로서, 개별 사실들에 의해 진위가 확인될 필요가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주제 : 로봇공학의 미래
사실적 주제문 : 로봇공학은 로봇의 설계, 제조, 응용 분야를 다루는 과학이자 기술이다.
효과적 주제문 : 정부의 적절한 지원과 충분한 예산, 그리고 뛰어난 로봇공학 연구자의 양성 없이는 국내 로봇공학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주제문은 초점이 명확해야 한다. 애매하거나 모호한 주제문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힘들다. 주제문은 그 글이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 명확히 밝혀 주어야 한다. 모호한 진술을 피하기 위해서는 ‘흥미롭다’, ‘나쁘다’, ‘역겹다’ 등 정의 내리기 힘든 모호한 어구의 사용을 피해야 한다.
주제 : 서울의 문화 시설
모호한 주제문 : 서울은 정말 흥미로운 도시다.
효과적 주제문 : 서울의 공공 미술관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뛰어난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단락 구성의 원칙
단락이란 무엇인가. 단락이란 같은 성격의 문장들로 이루어진 문장의 덩어리다. 이렇게 문장의 덩어리들이 서로 맥락을 형성하면서 한 편의 글을 이룬다. 한 편의 글에 같은 문장이 있어선 안 되는 것처럼, 한 핀의 글에 같은 단락이 있으면 안 된다. 의도하지 않았다면 반복은 언제나 금물이다.
단락 구성의 원칙은 단순하다. 두 가지만 지키면 된다. 우선, 하나의 문장에 하나의 이야기가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문장 구성의 원칙) 하나의 단락에는 같은 내용의 이야기가 들어가야 한다. 가령 물고기의 종류에 대한 글을 쓴다고 가정해 보자. 서식지에 따라 구분한다면 민물에서 사는 물고기,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 그리고 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사는 물고기, 이렇게 세 단락으로 이뤄질 것이다. 하나의 단락은 같은 성격의 문장으로 이뤄져야 하므로 붕어나 미꾸라지, 메기 등 민물에 사는 물고기를 소개하는 단락에 상어나 연어, 고래를 끌어들이면 곤란하다.
두 번째 원칙은 각 단락의 분량을 맞추라는 것이다. 도입부 첫 단락과 결론 부분의 마지막 단락을 제외한 단락, 즉 본론에 속한 단락들은 길이가 서로 비슷해야 한다. 어떤 단락은 길고, 어떤 단락은 짧다면 글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십상이다. 초고를 완성한 다음, 단락의 길이를 비교해 보라. 눈으로 훑어 봐서 단락의 분량이 서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반면, 단락의 길이가 들쭉날쭉하다면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소설은 예외로 해야 한다). 단락의 길이가 비슷하지 않은 것은 생각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개요를 짤 때 각 단락에 들어갈 요소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단락의 분량에 문제가 생긴다. 어느 단락은 길고, 어느 단락은 짧아진다.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단락마다 하나의 키워드(중심문장)를 설정하는 것이다. 세 단락으로 이뤄진 글이라면 세 개의 키워드가 있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글쓰기에서 생각하기란 곧 단락을 설계하는 것이다. 글 전체를 몇 단락으로 구성할 것인가, 각 단락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단락 수와 키워드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다시 말해 개요가 제대로 짜이지 않았다면 글 쓸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이다.
단락 수가 정해지고 각 단락의 키워드를 정했다면, 분량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각 단락의 키워드가 뼈대라면 그 뼈대를 중심으로 '살'을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설명이나 묘사, 사례, 인용 등이 글의 살이다. 각 단락마다 살의 요소가 비슷하도록 구상해야 한다. 그래야 단락이 서로 균형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