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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024 제10회 후마니타스 글쓰기의 날 백일장 심사평
서울캠퍼스 글쓰기센터 2024-11-18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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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후마니타스 글쓰기의 날 백일장 심사평

 

 

후마니타스 글쓰기의 날 백일장이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날을 내다보기에 좋은 시점이다. 새삼스럽지만 함께 자문해보자. 후마니타스는 누구인가. 그리고 글쓰기는 왜 필요한가. 후마니타스가 자기 자신을 발명하고 더 나은 문명 건설에 기여하는 탁월한 개인이자 지구적 실천인이라면, 이 새로운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역량 중 하나가 글쓰기다. 글쓰기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가장 높은 수준의 사유와 표현이기 때문이다. 후마니타스칼리지가 글쓰기 교과에 남다른 비중을 두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후마 글쓰기의 날 백일장은 대학과 교수자, 학생이 글쓰기뿐 아니라 교양교육 전반의 성취도를 가늠하는 축제 중 하나다. 올해 백일장에는 몇 가지 특이사항이 있다. 우선, 참가 학생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3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100여 명이 늘어난 규모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다양한 글감을 개방형으로 제시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돌봄(노동)’, ‘아르바이트’, ‘참사를 기억하는 방법’, ‘지구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비롯해 지금 우리가 허물어야 하는 경계등을 주제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고 구체적으로 서술하라고 한 것이다.

예상과 달리, 대학 생활과 밀접한 글감, 예컨대 친구아르바이트’ ‘밥값에 관해 쓴 글이 많지 않았다. ‘우리가 허물어야 하는 경계지구에서 사라지는 것들처럼 보다 큰 문제 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 주제에 도전한 학생도 기대보다 적었다. 전체적으로 자기 경험을 구체적으로 녹여내는 대신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에세이가 많았다. <성찰과 표현>을 성실하게 이수했다면 자기 서사를 중심에 놓고 사회적 시대적 이슈에 관해 논했을 텐데 그런 글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 이와 같은 글들이 대세여서 입상작을 가리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대상으로 선정된 이주은 학생(한의예과 1)<노동이 아닌, 상호작용으로서의 돌봄>은 사유의 폭과 깊이, 글의 구성, 문장과 표현 등 모든 면에서 흠결이 거의 없는 수작이다. 필리핀 여성 이주노동자의 사례를 통해 노동과 돌봄의 차이를 대비시키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돌봄을 제시한다.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인격체 간 의사소통으로서 성숙한 돌봄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금상을 수상한 최우재 학생(응용영어통번역 4)<잃어버린 감정대신>에서 할부로 감정을 사는 기분이라고 토로하면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부끄러움이 어떻게 사랑으로 승화할 수 있는지 서술하고 있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참다운 애도의 가능성을 피력하고 있다. 우수상으로 뽑힌 백세의(의상 2)의 에세이(제목 없음)는 이태원 참사 당사자가 될 뻔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대면하기와 기억하기가 어떻게 진정한 애도로 이어질 수 있는지 고민한다. 자기 서사가 얼마나 흡인력이 있는지 확인시켜주는 글이다. 또 다른 우수상 수상작인 한진석(한의 본4)<소리 없이 사라지는>은 길고양이와 동물원의 돌고래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해 공감대가 넓었다.

위 수상자들뿐 아니라 박주영(미디어 4), 김대영(물리 1), 이성빈(국문 1), 박혜조(경영 4), 신예진(국제통상 3), NANG EAINT KHAM HOM(미디어 1) 등 장려상 수상자들에게도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이번 수상이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아울러 백일장에 참여한 모든 학생에게 이번 행사가 자신의 글쓰기 수준을 점검하고 분발을 다짐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잊지 말자, 후마니타스는 글 쓰는 사람이다. 뼈에 새기자, 글 쓰는 사람은 생각하는 사람이다!

 

심사위원장 이문재 교수

(9명의 심사위원을 대표해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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